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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고충도 몰라, 붙잡지도 못해…키움의 난센스 ‘소통’

쏙쏙용 2020. 10. 8. 18:26

[스포츠월드=고척돔 전영민 기자] 정규시즌 3위 팀 감독의 자진 사퇴. 전날 경기를 마친 뒤 감독이 처음 뜻을 전했고 구단은 하루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가 남은 상태에서도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가 언급된 것부터 비상식. 그 과정에서 감독의 고충을 알아채지도 못한, 말리지도 못한 구단은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서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난센스 그 자체다.

키움은 8일 오후 손혁 감독 자진 사퇴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손 감독이 김치현 키움 단장에 면담을 요청해 뜻을 전했다는 사실,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들께 죄송하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라는 손 감독의 사과, 감독대행직으로 지휘봉을 잡게 된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에 관한 정보였다.

취임 만 1년도 지나기 전, 144경기를 마치기도 전 벌어진 자진 사퇴라는 ‘비상식적인 일’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내용뿐이었다. 그래서 김치현 단장이 NC와 경기 개시에 앞서 취재진과 마주하고 하루 사이의 일을 설명했다. 김 단장은 외압과 관련한 질문에 “감독님 소통하는 사람 전력분석팀이나 나밖에 없는데 거의 매일 감독님이랑 대화 나눴다. 구단의 의사가 반영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김 단장은 손 감독과 매일 지근거리에서 마주했던 관계다. 경기 전뿐 아니라 경기 후에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감독은 감독이기 이전에 야구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할 만한 길을 선택했고, 바로 옆에 있다던 단장은 감독이 고민 끝에 자진 사퇴를 결정하기까지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취임 이후 한 번도 불평, 불만 없었던 분”이라고 말하지만 손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를 담보로 자진 사퇴를 결심했다. 새로운 감독대행 역시 “사퇴하실 낌새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떠나겠다는 감독을 붙잡지도 못했다. 김 단장은 “손 감독님이 어제 경기 끝나고 갑자기 보자고 하셔서 느낌이 이상하다 싶었다. 얘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말렸는데 너무 단호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키움은 현재 3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꿈꾼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구단에 생길 만한 대형악재가 발생했다. 대처는 손 감독의 바로 옆에 있던 퀄리티컨트롤코치를 대행으로 임명한 게 전부다. 너무 단호해 말리지 못했다는 말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도록 만들지도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구단의 대표 격인 김치현 단장은 보도자료에서도, 기자회견장에서도 ‘소통’을 언급했다. 그런데 키움의 지난 24시간은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따뜻한 의미의 소통이란 단어가 키움에서는 난센스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