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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코로나 시대...스포츠시설도 제한적 운영이 필요하다 [김세훈의 스포츠IN]

쏙쏙용 2020. 12. 17. 15:18

[스포츠경향] 기사입력 2020.12.17. 오후 12:46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시위가 있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원들이 정부 집합금지 명령에 항의하면서 삭발했다. 이들은 “정부가 모호한 방역기준으로 실내체육시설을 집합제한 업종으로 분류해 체육시설이 죽었다”며 “식당, 카페, 목욕탕은 일부 영업을 허용하면서 체육시설에만 강력한 잣대를 대고 있다”고 성토했다.

코로나19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With Corona 상황 지속을 전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Post Corona라는 말은 사라졌다. 코로나가 정복된다고 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덮칠 가능성은 상존한다. 결국, 바이러스와 공존법을 찾는 게 향후 과제다.

코로나 대책은 지금까지 방역 중심이었다. 그게 일상 중심으로 조금씩 옮아가야 한다. With Virus 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환자가 많이 생길 경우, 시설을 무턱해도 폐쇄하는 것은 1차원적 방역이다. 고차원적 방역은 코로나 속에서 일상생활에 대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대놓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일상생활에 대한 방역 정책은 (의료 부문은 논의에서 제외한다) 1차원적인 데다 공통된 기준도 없다. 사람이 주로 감염되는 것은 밀폐공간에서 서로 인접한 활동을 오래 하는 경우다. 실내체육시설을 포함해 식당, 카페, 사우나, 목욕탕, 게임방, 노래방, 마트, 편의점, 도서관 등이 해당한다. 방역 2.5단계인 지금도 식당, 마트 등은 밤 9시까지 영업한다. 카페는 테이크 아웃이 허용된다. 편의점은 24시간 영업하고 식사와 음료를 먹을 수 있다. 도서관도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사우나는 폐쇄됐지만, 목욕탕은 영업한다. 그런데 실내체육시설은 노래방과 함께 전면 폐쇄됐다.

정부 방역지침은 ‘철저한 방역’과 ‘일상의 제한적 활성화’ 등 두 가지로 나눠서 진행돼야 한다. 코로나 자체에 대한 방역, 검사, 치료, 백신 등은 질병관리청이 ‘규제 위주’로 하면 된다. 이와 동시에 경제, 교육, 산업 등 일상생활은 각 정부 유관 부처가 ‘제한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대체 가능, 대체 불가 등 두 가지로 산업 섹터를 구분해야 한다. 대체 가능 분야는 규제보다는 제한적 활성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 대체 가능 분야는 한쪽을 틀어막으면 다른 쪽에 부하가 걸리는 풍선효과가 생긴다. 틀어막을수록 한쪽이 터진다. 운동, 식사, 쇼핑이 그렇다. 대표적인 대체 불가 분야는 대중교통, 병원이다. 코로나에도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병원도 가야 한다. 이런 곳은 철저하게 활동을 제한하면서 방역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맞다.

체육시설은 △실내냐 실외냐 △샤워장 사용여부 △시설 크기 대비 사용 인원 제한 △운동 구역 구분 △예약제 운영 등에 따라 시설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돼야 한다. 외국에는 투명한 반구형태 개인 요가돔, 비닐하우스식 개인 운동 공간 등이 실내 시설에 설치된 곳이 있다. 우리도 이런 곳이 있다면 운영의 융통성을 조금 더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시설 폐쇄를 명령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는 비난을 피할 수 있고 대상자는 행정력으로 처벌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코로나와 공존할 수도 없고 오랜 경제난 속에서 국민을 지킬 수도 없다.

최근 국내에서 신뢰할 만한 한 체육 관련 연구기관 발표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스포츠 산업 업체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시설업, 교습업 폐업이 급증했다. 특정 시설에서 사람이 사람과 운동하거나 사람이 사람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업계다. 우리나라 스포츠산업체는 약 10만개이며 그중 95%가 4인 이하 규모로 영세하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지나가면 더 많은 업체들이 줄도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한 휘트니스 센터에 비닐로 지어진 운동 공간에서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가 운동하고 있다. CNN
체육시설업자도 국민이다. 체육시설업 중 잘못한 곳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정부 지침을 잘 지키면서 조용히 견뎌온 곳이 훨씬 많다. 코로나 감염도 체육활동 중에서보다는 활동 후 식사자리에서 이뤄진 게 더 많다. 이게 마치 체육활동 자체 때문에 감염된 것처럼 호도하는 보도도 사라져야 한다.

캐나다 요가돔
체육시설업자는 사회 전체로 보면 소수이고 약자다. 그곳에서 일하는 트레이너, 강사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소수라서 사회 영향력도 적다. 그래서 이들의 외침은 “철저한 방역만이 절대선”이라는 다수결 논리에 묻히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굶어 죽겠다”는 영세업자 외침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 한 휘트니스 센터에 비닐로 지어진 운동 공간에서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가 운동하고 있다. imputmag.com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을 따르는 게 아니라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트 교황도 “진실은 다수결 윈칙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 사회라면, 우리는 다수결보다는 합리적 논의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정당함(rightness), 탁월함(excellence), 합리성(rationality)에서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 방역정책도, 코로나 속 일상생활 정책도 모두 그러해야 한다.

방역과 일상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할 현명하고 탁월하며 정당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 많은 일상생활이 제한된 지금이 바로 정부가 코로나와 공존법을 마련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적기다. 몹쓸 코로나라는 놈에 우리 일상이 속수무책으로 계속 질질 끌려갈 수만은 없지 않나.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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